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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ㅣ 배병석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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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언제부터 지으셨나요? 농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 고향은 부산입니다. 동아대학교 원예과에서 과수,원예를 전공했습니다. 전 원래부터 농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농업대학은 학기중에 농장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는데 1993년도 대학 2학년때 과수 전정실습을 바로 이곳 밀양으로 나왔습니다. 밀양에 온 것은 그때가 처음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때 전정수업을 담당했던 교수(밀양의 단감 농부)님이 같은 학교 대선배님이셨습니다. 그렇게 대학 4년을 보내고 졸업하자마나 홀로 이스라엘 키부츠[ kibbutz ]로 떠났습니다. 온실(화훼)과 과수분야를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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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농사를 짓는 이스라엘이 '점적관수'(Drip Irrigation`방울 물주기) 시스템 기술은 세계 최고 였기 때문에 배우고 싶었거든요. 키부츠에 이어 모샤브[ Moshav ]에 가서는 과수, 오렌지, 해바라기, 밀, 채소 등의 재배 기술을 배워왔습니다. 그렇게 이스라엘의 농장에서 일을 하며 선진농업을 1년 동안 배웠습니다. 그리고 귀국을 하니 때마침 한국에 IMF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5천원 하던 비료값이 1만 8천원으로 오르더라고요. 우리 나라의 화훼 산업이 완전히 절단이 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수쪽으로 방향을 돌리려고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학부때 실습나갔던 밀양 생각이 나서 전정 수업 해주셨던 교수님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그분이 계시는 한국단감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밀양에 땅을 임대해서 단감 농사를 지은게 지금까지 단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학부때 2학점 따기 위해 들었던 실습 수업 하나가 제 운명을 결정짓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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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자기 성격과 잘 맏는 작물과 품종이 있는 것 같던데요. 이 곳에서 단감 농사를 시작하게된 배경을 좀 설명해주세요. 
부모님은 김해에서 하우스 농사를 지으셨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 농사짓는 것을 보며 자라왔는데 하우스는 답답하고 더워서 저하고는 영 체질에 안 맞더라고요. 과수농사를 안정적으로 지으려면 1만평 정도의 땅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부산은 농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부산에서는 노지에서 과수원을 조성할 엄두를 내지 못했죠. 밀양지역은 과수하면 사과나 단감인데 사과쪽에는 연고가 없어서 앞서 말씀드린 인연으로 단감을 시작했습니다. 밀양에는 단감이 많아서 집에 한두 그루씩은 다 있을정도로 어려서부터 친숙한 과일이었습니다. 


지금 이 밭은 이전 조합장님이 농사 짓던 밭인데 제가 인수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밭은 30년 이상된 나무들입니다. 예전에는 단감농사가 제법 수입이 괜찮았습니다. 생산지도 한정적이었고요, IMF터지면서 쌀값 떨어지고 과일 값이 올라가면서 과수 농가수도 급속도로 증가하였습니다. 6년정도 지나니 과일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FTA통해서 수입과일 들어오니 전체 소비량이 느는데도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니 과일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표현대로면 ‘안정화 되었다’ (웃음)라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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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이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어서 과일맛이 엄청 좋을것 같지만 그만큼 작업하는데는 몇배는 더 힘드실것 같아요. 
단감과원이 평지보다 산간에 있는건 서리 피해가 낮은곳부터 받기 때문에 산간이 평지보다 단감을 완숙시킬수있는 장점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고품위 단감을 생산하기위해 산간에 과원을 조성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밭에 기계가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다 사람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 땐 정말 힘들었죠. 시간도 많이 들었고요. 처음 농사지을때만해도 인건비가 그닥 높지 않았는데 점차 일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올라가면서 경영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갔습니다. 산밭에 길을 내서 SS기가 다닐 수 있도록 몇 년동안 작업을 해서 지금은 과원 꼭대기까지 SS기로 다닐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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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숫꽃이 없어서 씨가 없으니 자연 낙과도 잘 되었고, 수확량도 적었습니다. 숫꽃이 피는 숫감을 만들기 위해 수분수도 접붙혔고요… 단감도 해걸이가 심한 편인데 저희는 해걸이 없이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정할때 세력을 맞추는게 제일 중요하고, 적과도 적절히 하고 있고요. 파치 단감으로 농업용 식초를 만듭니다. 과일나무는 자기것이 자기한테 돌아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신토불이라는 의미는 그러한 것입니다. 자기한테 뺏긴 영양분을 다시 자기한테 되돌려주는 것이죠. 식초로 만들어서 밭에 뿌려주면 흡수율이 좋아서 좋은 품질의 단감을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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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꽃이 피는 숫감


자기만의 속도로 농사를 짓는게 점점더 어려워지는 시대인것 같습니다. 
지금의 유통은 정상적인 속도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단 단감 뿐만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익지 않은 과일들이 시장에 너무 빨리 출하가 됩니다. 그 이유는 빨리 출하하는 과일들은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을 상대적으로 잘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빨리 나온다는 것은 자연의 시간표가 아닌 인위적인 속도로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스럽게 그 과일이 가지고 있는 제대로된 맛을 낼 수가 없겠지요. 시장에서 이 과일을 사먹는 소비자도 품질에 당연히 실망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과일을 안찾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일부 사람들의 욕심이 만든 결과의 손실을 다시 농부가 안게되는 그런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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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요, 대봉은 원래 11월 10일에서 중순경이 되어야 만색이 되고 제 맛이 드는 과일입니다. 그런데 빨리 수확해서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 많은 농가에서 나무에 연화제를 뿌려 빨리 연화를 시켜버립니다. 또한 일부러 낙엽병이 들게 해서 감을 노화시켜 색을 나게 하기도 합니다. 영양축적(당축적)을 못하니 감이 맛이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보름먼저 출하하자고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러니 진짜 과일 맛이 날때를 기다려 제대로 과수농사 짓는 농부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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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색도계 5도 이상이 나올때까지 기다려 단감 판매를 합니다. 진짜 최고의 단감맛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부심과 뚝심 하나로 단감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단감은 영상 3도에서 5도정도 되어야 겨울잠 준비를 하기에 잎에 있는 영양분을 전부 열매로 보내서 당축적이 되서 맛이 제대로 듭니다. 완숙과만 수확하다보니 올처럼 비가 많은해에는 연화가 많이 발생합니다.그렇다고 미숙과를 일찍 수확할수도 없고, 인건비가 비싸 넓은 자주 수확할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 정도는 고당도 고품위 단감 생산을 위해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저농약인증이 폐지된 2015년말까지 저농약인증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무농약 인증으로 전환을 잠시 고민도 했지만,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지금 수확량의 50%정도밖에 수확량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그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고민없이 전환을 했겠지만, 단감의 단맛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맛이 아니기에 젊은 사람들의 단감 소비량이 줄고 있는 상황속에서 단감 가격이 너무 떨어져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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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지역이 단감 농사에 최적화된 기후라고 알고 있는데 이유을 좀 설명해주세요. 
최저 기온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단감이 들어온것은 1910년 일제 강점기였습니다. 경남에서는 진영에 자리를 잡았죠. 그 때 기후로서는 진영이 최적지였으니까요. 그때만 해도 밀양지역은 조금 추웠습니다. 지금은 온난화 현상으로 재배지역이 조금씩 올라와 밀양이 최적지입니다. 단감은 최저기온이 영하 2.6도 가되면 동해 피해로 농사를 접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재배지역이 포항에서 해안을 따라서 강릉까지도 올라가는데 그 쪽은 가끔 한번씩 기온이 떨어질때가 문제입니다. 냉해피해를 입기가 쉽거든요. 처음 우리나라에 단감이 들어올때 경남지역에는 부유 품종이 자리를 잡았고, 전남쪽에는 차랑(次郞) 품종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차랑은 냉해에 강하기 때문에 전남은 차량품종이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이지요. 지금도 광주 공판장에서는 차랑 품종을 최고로 알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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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2~30년전에 귀하지않은 과일이없었겠지만 특히 단감은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고급요정에서 술안주로 단감이 제일많이 나왔거든요. 고관대작들이나 회장님들 술안주로말입니다. 저녁에 먹어도 속쓰림이 없고 알콜분해작용까지 있으니 술 안주로 안성맞춤이였죠. 예전엔 먹는것 하나에도 격식과 건강을 챙겼습니다. 비타민 A와 C를 동시에 섭취할 수있는 효과적인 과일이 단감입니다.

부유(富有) 품종은? 
우리나라 단감 재배면적은 만생종 ‘부유’가 82.5%, ‘차랑’이 9.5%, 조생종 ‘서촌조생’이 3.5%, 기타 4.5%로 부유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흔히 부유(富有)를 단감의 왕이라 칭하고 송본(松本)을 단감의 왕자라 부릅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태추(太秋)는 그 이후에 나온 품종이고요. 부유 재배가 많은 이유는 품질면에 월등히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부유가 나왔을때 향후 100년간 부유보다 더 나은 품종의 단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현재 저의 과수원의 재배면적으로 보면 부유가 70% 정도의 면적(8천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지에 있었으면 평당 10킬로의 수확을 볼 수 있지만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어서 현재 수확량은 평당 7-8킬로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많은 농가에서 수확량을 높히기 위해 편법을 많이 쓰지만, 결국은 과일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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