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향 농사의 시작
저희 농장은 총 1,600평이고 천혜향 필지가 600평, 한라봉 필지가 1,000평 정도 됩니다. 큰 규모는 아니에요. 천혜향 기준 600평이면 수확량은 4-5톤 정도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년에는 좀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해걸이를 해서 작황이 별로 안 좋습니다. 1톤이나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네요.
천혜향밭
과일은 천혜향과 한라봉 두 종류만 하고 어머니가 밭작물 농사를 좀 하세요. 전체 유기 재배하고 있고요. 이곳 필지는 2003년부터 저농약으로 시작해서 유기농까지 왔고 저는 2007년부터 친환경 인증받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 3명이 다 유기농 인증을 갖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저도 농사판에 들어온지 20년이 넘었네요.
원래 이 천혜향 밭 자리가 2003년도에는 단감 밭이였습니다. 8월 15일경 수확하는 서촌 조생이라는 옛날 품종을 약 2천 평 부지에 재배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단감은 이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아버지가 2007년도에 천혜향으로 갱신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이랑 같이 관리하면서 가꾸어온 농장입니다.
한라봉 밭
저는 예전에 밭작물 농사를 많이 배웠는데 천혜향과 한라봉 같은 계열의 과일들이 참 매력적인게 무던한 특성 때문입니다. 밭작물은 약을 한 번 잘못 쓰면 바로 죽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 친구들은 농담으로 올해 머리 딱 때리면 내년에 아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 정도로 무던한 친구라 관리하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어서 제 성격과도 잘 맞아서 느긋한 마음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노지 한라봉 밭
토양과 병해충 관리
친환경 시설 재배 하우스 필지 관리는 크게 두 가지로 보시면 됩니다. '청경제배'라고 해서 아예 풀이 없게 해서 진짜 일반 노지보다도 더 깨끗하게 만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정반대로 합니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필지 관리 방법에는 농가의 철학도 담겨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농장 땅의 컨디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밭이 위치한 이곳은 한림의 협제라는 지역인데 이곳은 기본적으로 용암이 만든 현무암 대지에 모래가 쌓인 지형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기본적으로 농사가 잘 안 안 되는 땅입니다. 돌을 포클레인으로 다 깨서 바둑알처럼 맞추고 거기에 팠던 흙을 다시 깔았다가 울퉁불퉁한 돌들을 빼고 해서 맞추고 했죠. 또 이곳의 흙이라고 해봤자 별로 안 좋은 흙이라 객토라고 하는데 흙도 다른 데서 가져와서 깔았죠. 그래서 토양 필지 검사하면 여기는 무슨 토 또 여기는 어디 토 밭마다 구역마다 토양의 성질이 다 달라요. 그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토양 성질 때문에 여기는 수분이 너무 금세 날아가버려 초생 재배를 해야 합니다. 저도 농사 처음할 때는 깨끗한 농장을 만들고 싶어서 풀을 골프장처럼 깨끗하게 관리했었어요. 다른 사람이 와서 유기농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풀이 없냐고 할 정도로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수분 공급이 안 되고 계속 억세 지니까 그제야 수분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은 웬만한 풀은 그냥 놔둡니다. 다른 사람들은 풀이 무슨 영양분을 먹네 하는데 좀 먹으라고 합니다. 땅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녀석인데요.
밭을 밟아보셔서 느끼셨겠지만 토양이 굉장히 푹신하죠? 제가 유기농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땅이 좋아서입니다. 저도 7살짜리 아들이 있지만 이 하우스 안에 들어와서 무엇을 만지든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도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안전한 농사를 짓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양한 품들을 함께 키우는 밭
저희는 겨울과 봄에 방제(친환경 방제)를 집중적으로 합니다. 그때 모든 게 다 결정이 되거든요. 그 후에 한 여름 지나면 방제 안 하냐고 부모님이 계속 성화신데 계속 칠 게 뭐 있냐고 말씀드려요. 매미나방들 추워지는 11월이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거든요. 친환경으로 농사 지으려면 이런 노력들과 인내심은 좀 필요합니다.
자연스러운 수확
일반재배 농산물 같은 경우 당도와 산도 체크를 하잖아요. 수치상으로 나오는 객관적인 데이터인 당산비라는 게 어찌 보면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먹어보고 이거 괜찮겠다 싶으면 나가지 이건 안 되겠다 그러면 멈춰버리거든요. 그런 개념이라서 당산비 측정을 센터나 이런 의뢰해서 잘 안 하는 편입니다.
맛에 있어서 저희는 관능검사를 우선으로 합니다. 특히 천혜향 같은 경우는 산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거든요. 설명드린 토양 특성 때문에 이곳은 필지 자체가 좀 산이 세게 나오는 필지예요.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물 빠짐이 되게 좋다는 겁니다. 여기는 태풍이 와서 장마가 몰아쳐도 물이 안 고입니다. 물이 보이다가도 쑥 내려가는 그런 토질이에요. 저희가 지하수도 갖고 있는데 지하수로도 물이 항상 부족할 정도입니다. 물을 왜 이렇게 많이 쓰냐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저희 지역은 물 빠짐이 좋은 토질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한라봉은 산이 세다는 말을 듣습니다. 한라봉은 산이 천천히 빠지는 과일이라 일부러 늦춰서 수확을 하기도 합니다. 당산비 측정이 별로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게 똑같은 당산비라도 맛이 저희게 강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다는 이야기는 안 하세요. 이렇게 하면 자랑처럼 되는데 상대적으로 H생협에서 물건 나쁘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습니다. 천혜항도 십수 년 해봐도 맛에 대한 컴플레인은 없었습니다.
요즘은 만감류를 설 명절에 맞춰서 너무 일찍 수확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전통적으로 제주에서 천혜향은 보통 3월 초순에 수확을 합니다. 레드향 1월, 한라봉 2월, 천혜향 3월이 정석이죠. 그런데 저희 지역이 토질 특성 때문에 조금 빠른 편이라 2월 중순경에 수확을 합니다. 통상적으로 2월 20일 전후로 수확해서 출고합니다.
물량은 전량 H생협으로 납품해 왔습니다. 생협 납품 기준이 130g 이상입니다. 일반 농법(관행)으로 재배한 천혜향과 친환경 천혜향은 무게 차이가 좀 납니다. 전체적으로 친환경 천혜향이 작습니다. 저희가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어느 농가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친환경 농가는 판매처 수급이 제일 어렵습니다. 생협도 저희가 100% 납품을 보장할 수 없는 게 생협에서 발주가 안 들어오면 물량이 붕 떠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을 하거든요. 그게 저희도 항상 고민인데 대표님이 오셔서 어느 정도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는 판로가 생겨서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이기철 농민이 꿈꾸는 지속 가능한 유기농업
어려워지는 유기농업
유기농이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저희한테는 농업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지금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겁니다. 잘 키워서 물량 많이 나오면 우리도 경제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되는데 시험 기간이 다가왔는데 열심히 공부하면 내가 좋은 직장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게 아니고 100점 맞아도 취업을 할까 말까 한 상황이다 보니 이걸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의 기로에까지 온 것도 사실이고 점점 그 지점에 수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전체 필지가 2,700평인데 그중 밭이 1,600평이고 농장 옆쪽에는 펜션을 지었고 바닷가에서는 카페도 하거든요. 그렇게 하는 이유가 저희는 농가 소득에서 '농업 외 소득'이 '농업 소득'을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이 상황이 솔직히 짜증 납니다. 20년 동안 정말 죽자 사자 한 유기농업은 우리가 원하는 소득이 안 나고 자본 투자해서 농사짓는 것보다는 훨씬 적은 힘을 쓴 분야에서 소득이 더 들어오니까요.
제가 올해 마흔아홉인데 직업이 컴퓨터 강사부터 시작해서 여러 일을 해봤는데 그래도 20년 넘게 농사를 계속하는 거 보면 저는 정말 농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유기농의 제일 큰 모토가 지속 가능함에 있고 이게 마음에 들어서 하는 건데 점점 그런 자괴감이 드는 거죠.
친환경 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저한테 농사를 배우는 후배들이 좀 있는데 '너 팔 곳은 있어?'라고 제가 대뜸 물어봅니다. 생협으로 납품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럼 생협이 니 농산물을 어떻게 믿어줄 건데? 그리고 생협 납품 루트는 어떻게 접근할 건데?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작은 업체라고 갖고 있어? 물어보면 대답을 못해요. 그럼 전 이야기합니다. 대답 못할 줄 알았다고 왜냐하면 저도 대답을 못하거든요.
저도 오랜 시간 거래하고 있는 생협이 있지만 그쪽에서 갑자기 물건 못 가져가겠어요 하면 할 말이 없어져요. 그래서 제가 한라봉 잼이나 한라봉을 이용한 초콜릿도 좀 만들고 한라봉 요구르트도 만들어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팔고 있는데 미미합니다. 가공 식품을 만드는 건 버리기 아까우니까 하는 거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상황이 되지 못합니다.
최소한 농사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만 올라와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농사 지을 겁니다. 밤새서 공부해도 이 모양이고 공부 안 해도 이 모양이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여기는 투자를 덜 하고 다른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거기에 투자를 더 하겠죠. 그래서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농장에 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감귤 농민이 2000년도 기준으로 봤을 때 농장에 하루에 두 번씩 간다고 합니다. 일본의 농민들이 1년에 농장 가는 게 200일 이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제주도 농민들은 1년에 200일 이상 밭에 가는 농민이 거의 없어요. 말은 맨날 간다고 그러는데 맨날 가는 것도 아니에요. 현장에서 봐도 아시잖아요. 그만큼 노력들을 안 하거나 게으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먹고살려니까 농사 외의 것에 할애하는 시간이 크다는 겁니다.
만감류를 이 정도 규모로 하면 과거에는 연간 1억은 벌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갖고 있으면 제주도에서는 부자 소리 들었습니다. 거기에 자가 농지면 너희 부자구나 이야기했죠. 이제는 말로만 그러지 현실은 이걸로 먹고살기 힘듭니다. 저희 부모님 식구하고 저희 식구 하고 두 식구인데 농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된다고 정확하게 말씀드립니다.
저희가 농가 경영비가 한때는 5천 평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없앴습니다. 좋게 말하면 최상의 솔루션을 찾은 거고 경영비만큼의 수익이 안 나온다는 말입니다. 단가가 도저히 안 맞아요. 제가 매일 하루종일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 그림은 좋고 멋있죠. 그런데 저희도 밥은 먹어야 할거 아니에요?
근데 뭐 이거 하다 보니까 점점 나이는 들어가고 부모님들도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점점 건강들은 안 좋아지시고 고민이에요. 그래도 천혜향 한라봉 한 게 참 다행이긴 한데 감귤을 했으면 어쩔뻔했나 싶어요. 감귤은 단가는 낮은데 인력은 진짜 많이 필요하거든요. 감귤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일 년을 어떻게 먹고 사시는지 솔직히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돈을 빌리시는 거예요. 제주도가 농가 부채율 1위입니다.
현실적인 유기농
유기 농업을 지속하다 보면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가온도 그중에 하나일 텐데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가온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천혜향이나 한라봉은 영하 5도에서 3일만 지나면 나무가 다 동사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만은 막기 위해 곳곳에 열풍기는 설치해 놓았습니다. 평상시에는 당연히 가동하지 않고 기온이 떨어질 때만 가끔 돌리는 경우는 있습니다.
H생협에서도 2016년부터 이슈가 그거였어요. H생협이 원래 하우스 농사를 싫어하는데 담당자랑 진짜 많이 다퉜습니다. 생협 측에서는 근본적인 얘기들을 하는 거죠. 그쪽에서는 하우스 농산물 안 쓴다, 하우스 온도 1도만 올려도 그건 친환경이 아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나무를 죽이면서까지 가온을 하지 않는 것이 맞는 방법인지 묻고 싶습니다.
미국의 Real Organic project에서도 시설 재배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토경재배나 양액재배 이야기도 하는데 진짜 골수 유기농 하는 사람들도 오가닉이라는 개념이 환경적(environmental)이냐 아니면 지속가능(sustainable) 한 것이냐? 의 문제의 고민 속에서 농산물 오가닉의 경우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 나라와 지역의 상황에 맞게 계속 농사를 할 수 있는 것 대한 이야기를 주장하고 있거든요.
일본 유기농은 일본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끔 서로 인정해줘야 되는데 코덱스(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으로 오가닉이라는 말이 영어로 뜨면서 어줍지 않게 따라 하다 보니까 지금 우리나라의 작금의 사태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10년 전 가격과 지금과 많이 차이 나냐 그러지도 않고 잘 아시잖아요.
알아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저는 제가 완벽히 도덕적인 환경론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친환경 유기농 하는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가이드는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판의 시작은 운동권이었냐 아니면 종교계였냐 2개로 나뉘는데 저희는 기독교 쪽이거든요. 신앙적인 관점에서 누가 봤다고 하고 안 봤다고 안 하는 일은 할 수가 없죠.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나라 유기농은 가짜라고 말이죠. 유기농인데 농악 쓰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시죠. 조금 불편한 이야기 일수도 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친환경 농업 20년 하다 보니까 화학 농약 써도 잔류 농약 검사에서 안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매미나방 어떤 약 치면 확 죽을 거라고는 뻔히 알고 있어요. 약치고 미생물 투입하는 방법으로 잔류 농약 검출 안 나오게 할 수도 있어요. 요새는 또 농약들이 생분해성 농약들이 잘 나오거든요.
그런데 알고 있는 거 하고 그 행위를 하는 거 하고는 다르잖아요. 과일의 색깔부터 다르니까요. 딱 보면 압니다. 여긴 농약 썼구나 싶죠. 저희끼리는 문라이트 스포츠. 달밤에 체조한다고 그러거든요. 달밤에 체조하는 집인지 보면 압니다. 토양 밟아보면 딱딱하거든요. 비료 썼다는 이야기거든요.
저희는 20년 동안 쌓은 솔루션과 노하우로 그냥 하던 대로 fm대로 정석의 유기농을 하고 싶습니다.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요. 저에게 농사를 배운 친환경 농업을 하는 후배들에게 유기농업 20년 경력이 부끄러워져서는 안 되잖아요.
어메니티(amenity) 그러나 결국 농사
여기는 그래도 한림읍에서는 일조량이 제일 좋은 곳이에요. 제주에서 비 많이 안 오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관광객도 1천만 명 이상 오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천혜향 하우스 안에 캠핑장을 만들어 보려고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농장 옆의 펜션은 2019년부터 했어요. 예전에 할아버지 댁으로 사시던 바닷가에 작은 카페도 하고 있고요. 펜션도 저희는 100% 예약으로 찰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좀 어메니티(amenity)가 좀 있어서 숙박도 하고 카페도 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농사만 짓는 분들이 걱정이에요. 저는 그러고 싶어요. 하우스 보수해서 캠핑장 만들고 천혜향과 한라봉 메뉴 개발도 좀 더 하고요. 펜션도 확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방 3개에 있는데 손님 꽉 차면 힘들거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운영할 겁니다.
제가 추구하는 농업은 단순히 과일만 파는 그런 농장이 아니고 골수 유기농업 20년 차 농업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농장과 자연이 어우러진 숙소. 그리고 할아버지가 장사하던 상회 자리에 만든 역사가 있는 카페까지 전체 어메니티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유럽에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모델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소원은 그냥 농사만 했으면 좋겠어요. 농사만 해서 그냥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 제가 여러 직업을 하면서 펜션 아저씨에서 이제 카페 아저씨까지 돼버렸네요.
천혜향 농사의 시작
저희 농장은 총 1,600평이고 천혜향 필지가 600평, 한라봉 필지가 1,000평 정도 됩니다. 큰 규모는 아니에요. 천혜향 기준 600평이면 수확량은 4-5톤 정도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년에는 좀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해걸이를 해서 작황이 별로 안 좋습니다. 1톤이나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네요.
천혜향밭
과일은 천혜향과 한라봉 두 종류만 하고 어머니가 밭작물 농사를 좀 하세요. 전체 유기 재배하고 있고요. 이곳 필지는 2003년부터 저농약으로 시작해서 유기농까지 왔고 저는 2007년부터 친환경 인증받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 3명이 다 유기농 인증을 갖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저도 농사판에 들어온지 20년이 넘었네요.
원래 이 천혜향 밭 자리가 2003년도에는 단감 밭이였습니다. 8월 15일경 수확하는 서촌 조생이라는 옛날 품종을 약 2천 평 부지에 재배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단감은 이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아버지가 2007년도에 천혜향으로 갱신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이랑 같이 관리하면서 가꾸어온 농장입니다.
한라봉 밭
저는 예전에 밭작물 농사를 많이 배웠는데 천혜향과 한라봉 같은 계열의 과일들이 참 매력적인게 무던한 특성 때문입니다. 밭작물은 약을 한 번 잘못 쓰면 바로 죽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 친구들은 농담으로 올해 머리 딱 때리면 내년에 아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 정도로 무던한 친구라 관리하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어서 제 성격과도 잘 맞아서 느긋한 마음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노지 한라봉 밭
토양과 병해충 관리
친환경 시설 재배 하우스 필지 관리는 크게 두 가지로 보시면 됩니다. '청경제배'라고 해서 아예 풀이 없게 해서 진짜 일반 노지보다도 더 깨끗하게 만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정반대로 합니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필지 관리 방법에는 농가의 철학도 담겨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농장 땅의 컨디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밭이 위치한 이곳은 한림의 협제라는 지역인데 이곳은 기본적으로 용암이 만든 현무암 대지에 모래가 쌓인 지형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기본적으로 농사가 잘 안 안 되는 땅입니다. 돌을 포클레인으로 다 깨서 바둑알처럼 맞추고 거기에 팠던 흙을 다시 깔았다가 울퉁불퉁한 돌들을 빼고 해서 맞추고 했죠. 또 이곳의 흙이라고 해봤자 별로 안 좋은 흙이라 객토라고 하는데 흙도 다른 데서 가져와서 깔았죠. 그래서 토양 필지 검사하면 여기는 무슨 토 또 여기는 어디 토 밭마다 구역마다 토양의 성질이 다 달라요. 그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토양 성질 때문에 여기는 수분이 너무 금세 날아가버려 초생 재배를 해야 합니다. 저도 농사 처음할 때는 깨끗한 농장을 만들고 싶어서 풀을 골프장처럼 깨끗하게 관리했었어요. 다른 사람이 와서 유기농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풀이 없냐고 할 정도로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수분 공급이 안 되고 계속 억세 지니까 그제야 수분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은 웬만한 풀은 그냥 놔둡니다. 다른 사람들은 풀이 무슨 영양분을 먹네 하는데 좀 먹으라고 합니다. 땅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녀석인데요.
밭을 밟아보셔서 느끼셨겠지만 토양이 굉장히 푹신하죠? 제가 유기농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땅이 좋아서입니다. 저도 7살짜리 아들이 있지만 이 하우스 안에 들어와서 무엇을 만지든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도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안전한 농사를 짓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양한 품들을 함께 키우는 밭
자연스러운 수확
일반재배 농산물 같은 경우 당도와 산도 체크를 하잖아요. 수치상으로 나오는 객관적인 데이터인 당산비라는 게 어찌 보면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먹어보고 이거 괜찮겠다 싶으면 나가지 이건 안 되겠다 그러면 멈춰버리거든요. 그런 개념이라서 당산비 측정을 센터나 이런 의뢰해서 잘 안 하는 편입니다.
맛에 있어서 저희는 관능검사를 우선으로 합니다. 특히 천혜향 같은 경우는 산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거든요. 설명드린 토양 특성 때문에 이곳은 필지 자체가 좀 산이 세게 나오는 필지예요.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물 빠짐이 되게 좋다는 겁니다. 여기는 태풍이 와서 장마가 몰아쳐도 물이 안 고입니다. 물이 보이다가도 쑥 내려가는 그런 토질이에요. 저희가 지하수도 갖고 있는데 지하수로도 물이 항상 부족할 정도입니다. 물을 왜 이렇게 많이 쓰냐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저희 지역은 물 빠짐이 좋은 토질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한라봉은 산이 세다는 말을 듣습니다. 한라봉은 산이 천천히 빠지는 과일이라 일부러 늦춰서 수확을 하기도 합니다. 당산비 측정이 별로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게 똑같은 당산비라도 맛이 저희게 강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다는 이야기는 안 하세요. 이렇게 하면 자랑처럼 되는데 상대적으로 H생협에서 물건 나쁘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습니다. 천혜항도 십수 년 해봐도 맛에 대한 컴플레인은 없었습니다.
요즘은 만감류를 설 명절에 맞춰서 너무 일찍 수확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전통적으로 제주에서 천혜향은 보통 3월 초순에 수확을 합니다. 레드향 1월, 한라봉 2월, 천혜향 3월이 정석이죠. 그런데 저희 지역이 토질 특성 때문에 조금 빠른 편이라 2월 중순경에 수확을 합니다. 통상적으로 2월 20일 전후로 수확해서 출고합니다.
물량은 전량 H생협으로 납품해 왔습니다. 생협 납품 기준이 130g 이상입니다. 일반 농법(관행)으로 재배한 천혜향과 친환경 천혜향은 무게 차이가 좀 납니다. 전체적으로 친환경 천혜향이 작습니다. 저희가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어느 농가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친환경 농가는 판매처 수급이 제일 어렵습니다. 생협도 저희가 100% 납품을 보장할 수 없는 게 생협에서 발주가 안 들어오면 물량이 붕 떠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을 하거든요. 그게 저희도 항상 고민인데 대표님이 오셔서 어느 정도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는 판로가 생겨서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이기철 농민이 꿈꾸는 지속 가능한 유기농업
유기농이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저희한테는 농업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지금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겁니다. 잘 키워서 물량 많이 나오면 우리도 경제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되는데 시험 기간이 다가왔는데 열심히 공부하면 내가 좋은 직장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게 아니고 100점 맞아도 취업을 할까 말까 한 상황이다 보니 이걸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의 기로에까지 온 것도 사실이고 점점 그 지점에 수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전체 필지가 2,700평인데 그중 밭이 1,600평이고 농장 옆쪽에는 펜션을 지었고 바닷가에서는 카페도 하거든요. 그렇게 하는 이유가 저희는 농가 소득에서 '농업 외 소득'이 '농업 소득'을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이 상황이 솔직히 짜증 납니다. 20년 동안 정말 죽자 사자 한 유기농업은 우리가 원하는 소득이 안 나고 자본 투자해서 농사짓는 것보다는 훨씬 적은 힘을 쓴 분야에서 소득이 더 들어오니까요.
제가 올해 마흔아홉인데 직업이 컴퓨터 강사부터 시작해서 여러 일을 해봤는데 그래도 20년 넘게 농사를 계속하는 거 보면 저는 정말 농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유기농의 제일 큰 모토가 지속 가능함에 있고 이게 마음에 들어서 하는 건데 점점 그런 자괴감이 드는 거죠.
친환경 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저한테 농사를 배우는 후배들이 좀 있는데 '너 팔 곳은 있어?'라고 제가 대뜸 물어봅니다. 생협으로 납품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럼 생협이 니 농산물을 어떻게 믿어줄 건데? 그리고 생협 납품 루트는 어떻게 접근할 건데?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작은 업체라고 갖고 있어? 물어보면 대답을 못해요. 그럼 전 이야기합니다. 대답 못할 줄 알았다고 왜냐하면 저도 대답을 못하거든요.
저도 오랜 시간 거래하고 있는 생협이 있지만 그쪽에서 갑자기 물건 못 가져가겠어요 하면 할 말이 없어져요. 그래서 제가 한라봉 잼이나 한라봉을 이용한 초콜릿도 좀 만들고 한라봉 요구르트도 만들어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팔고 있는데 미미합니다. 가공 식품을 만드는 건 버리기 아까우니까 하는 거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상황이 되지 못합니다.
최소한 농사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만 올라와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농사 지을 겁니다. 밤새서 공부해도 이 모양이고 공부 안 해도 이 모양이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여기는 투자를 덜 하고 다른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거기에 투자를 더 하겠죠. 그래서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농장에 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감귤 농민이 2000년도 기준으로 봤을 때 농장에 하루에 두 번씩 간다고 합니다. 일본의 농민들이 1년에 농장 가는 게 200일 이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제주도 농민들은 1년에 200일 이상 밭에 가는 농민이 거의 없어요. 말은 맨날 간다고 그러는데 맨날 가는 것도 아니에요. 현장에서 봐도 아시잖아요. 그만큼 노력들을 안 하거나 게으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먹고살려니까 농사 외의 것에 할애하는 시간이 크다는 겁니다.
만감류를 이 정도 규모로 하면 과거에는 연간 1억은 벌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갖고 있으면 제주도에서는 부자 소리 들었습니다. 거기에 자가 농지면 너희 부자구나 이야기했죠. 이제는 말로만 그러지 현실은 이걸로 먹고살기 힘듭니다. 저희 부모님 식구하고 저희 식구 하고 두 식구인데 농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된다고 정확하게 말씀드립니다.
저희가 농가 경영비가 한때는 5천 평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없앴습니다. 좋게 말하면 최상의 솔루션을 찾은 거고 경영비만큼의 수익이 안 나온다는 말입니다. 단가가 도저히 안 맞아요. 제가 매일 하루종일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 그림은 좋고 멋있죠. 그런데 저희도 밥은 먹어야 할거 아니에요?
근데 뭐 이거 하다 보니까 점점 나이는 들어가고 부모님들도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점점 건강들은 안 좋아지시고 고민이에요. 그래도 천혜향 한라봉 한 게 참 다행이긴 한데 감귤을 했으면 어쩔뻔했나 싶어요. 감귤은 단가는 낮은데 인력은 진짜 많이 필요하거든요. 감귤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일 년을 어떻게 먹고 사시는지 솔직히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돈을 빌리시는 거예요. 제주도가 농가 부채율 1위입니다.
현실적인 유기농
유기 농업을 지속하다 보면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가온도 그중에 하나일 텐데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가온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천혜향이나 한라봉은 영하 5도에서 3일만 지나면 나무가 다 동사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만은 막기 위해 곳곳에 열풍기는 설치해 놓았습니다. 평상시에는 당연히 가동하지 않고 기온이 떨어질 때만 가끔 돌리는 경우는 있습니다.
H생협에서도 2016년부터 이슈가 그거였어요. H생협이 원래 하우스 농사를 싫어하는데 담당자랑 진짜 많이 다퉜습니다. 생협 측에서는 근본적인 얘기들을 하는 거죠. 그쪽에서는 하우스 농산물 안 쓴다, 하우스 온도 1도만 올려도 그건 친환경이 아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나무를 죽이면서까지 가온을 하지 않는 것이 맞는 방법인지 묻고 싶습니다.
미국의 Real Organic project에서도 시설 재배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토경재배나 양액재배 이야기도 하는데 진짜 골수 유기농 하는 사람들도 오가닉이라는 개념이 환경적(environmental)이냐 아니면 지속가능(sustainable) 한 것이냐? 의 문제의 고민 속에서 농산물 오가닉의 경우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 나라와 지역의 상황에 맞게 계속 농사를 할 수 있는 것 대한 이야기를 주장하고 있거든요.
일본 유기농은 일본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끔 서로 인정해줘야 되는데 코덱스(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으로 오가닉이라는 말이 영어로 뜨면서 어줍지 않게 따라 하다 보니까 지금 우리나라의 작금의 사태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10년 전 가격과 지금과 많이 차이 나냐 그러지도 않고 잘 아시잖아요.
알아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저는 제가 완벽히 도덕적인 환경론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친환경 유기농 하는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가이드는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판의 시작은 운동권이었냐 아니면 종교계였냐 2개로 나뉘는데 저희는 기독교 쪽이거든요. 신앙적인 관점에서 누가 봤다고 하고 안 봤다고 안 하는 일은 할 수가 없죠.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나라 유기농은 가짜라고 말이죠. 유기농인데 농악 쓰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시죠. 조금 불편한 이야기 일수도 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친환경 농업 20년 하다 보니까 화학 농약 써도 잔류 농약 검사에서 안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매미나방 어떤 약 치면 확 죽을 거라고는 뻔히 알고 있어요. 약치고 미생물 투입하는 방법으로 잔류 농약 검출 안 나오게 할 수도 있어요. 요새는 또 농약들이 생분해성 농약들이 잘 나오거든요.
그런데 알고 있는 거 하고 그 행위를 하는 거 하고는 다르잖아요. 과일의 색깔부터 다르니까요. 딱 보면 압니다. 여긴 농약 썼구나 싶죠. 저희끼리는 문라이트 스포츠. 달밤에 체조한다고 그러거든요. 달밤에 체조하는 집인지 보면 압니다. 토양 밟아보면 딱딱하거든요. 비료 썼다는 이야기거든요.
저희는 20년 동안 쌓은 솔루션과 노하우로 그냥 하던 대로 fm대로 정석의 유기농을 하고 싶습니다.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요. 저에게 농사를 배운 친환경 농업을 하는 후배들에게 유기농업 20년 경력이 부끄러워져서는 안 되잖아요.
어메니티(amenity) 그러나 결국 농사
여기는 그래도 한림읍에서는 일조량이 제일 좋은 곳이에요. 제주에서 비 많이 안 오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관광객도 1천만 명 이상 오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천혜향 하우스 안에 캠핑장을 만들어 보려고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농장 옆의 펜션은 2019년부터 했어요. 예전에 할아버지 댁으로 사시던 바닷가에 작은 카페도 하고 있고요. 펜션도 저희는 100% 예약으로 찰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좀 어메니티(amenity)가 좀 있어서 숙박도 하고 카페도 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농사만 짓는 분들이 걱정이에요. 저는 그러고 싶어요. 하우스 보수해서 캠핑장 만들고 천혜향과 한라봉 메뉴 개발도 좀 더 하고요. 펜션도 확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방 3개에 있는데 손님 꽉 차면 힘들거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운영할 겁니다.
제가 추구하는 농업은 단순히 과일만 파는 그런 농장이 아니고 골수 유기농업 20년 차 농업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농장과 자연이 어우러진 숙소. 그리고 할아버지가 장사하던 상회 자리에 만든 역사가 있는 카페까지 전체 어메니티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유럽에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모델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소원은 그냥 농사만 했으면 좋겠어요. 농사만 해서 그냥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 제가 여러 직업을 하면서 펜션 아저씨에서 이제 카페 아저씨까지 돼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