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한라봉의 시작
원래 제주시에서 살면서 아버님 감귤 농사 돕다가 10년 전 즈음에 이곳 표선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제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무농약으로 농사짓고 있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무농약 안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간에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힘들더라고요. 병해충이 수백 가지가 넘는데 농약을 쓰지 못하니까요. 그거 다 막으려고 하다 보니까 이거 막으면 저게 들어오고, 제초제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여름에는 풀 베어내기도 바쁘고 중간에 몇 번을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제주도 분들은 무농약이라고 하면 다 싫어하세요. 잡초도 너무 많고요. 10년 전만 해도 시판되는 친환경 약재 종류 자체가 많이 없었거든요. 예전에 친환경 농업 하셨던 분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게 농사 지으셨겠더라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 먼저 친환경 농사 지으시는 지인분께서 1년만 해보라고 해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조금 도와주시기는 한데 저 혼자 밭을 관리하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 밭 면적이 3천6백 평이고 시설 하우스 2,000평, 노지 1,600평입니다. 키우는 과일은 한라봉과 9월 전후로 수확하는 일반 가온 조생 감귤과 12월에 수확하는 노지 감귤 3종류이고 모두 무농약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천적으로 키우는 무농약 한라봉
무농약 인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료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일반 농법(관행) 하시는 곳들은 소 거름도 많이 뿌리는데 소 거름 뿌리면 크는 속도 자체가 눈에 보이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친환경 농가에서 소 거름을 쓰려면 무항생제로 키운 축사에 가서 가져와야 되는데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친환경 인증받은 퇴비와 미생물로만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 힘든 점이 많습니다. 친환경 농업은 사용할 수 있는 약재들이 너무 제한적이다 보니까요.
천적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편입니다. 저희는 다른 친환경 농가보다도 방제하는 횟수가 굉장히 적습니다. (물론 친환경 약재로요.) 일 년에 5-6번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방제보다는 천적을 이용해서 병해충을 잡고 있습니다. 농사 초기부터 수입해서 쓰고 있는 무당벌레가 있어요.
일단 하우스에 천적을 집어넣으면 방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방제를 하면 무당벌레가 죽기 때문이죠. 저희는 한번 무당벌레 투입하면 그냥 놔둡니다. 진딧물 같은 건 어떻게 잡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신데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야죠. 나머지 벌레들은 손으로 잡던지 합니다.
저희 밭은 친환경 밭 중에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크로바 종류 녹비 식물 이용해서 다른 잡초 못나게 하는 방법으로 제초하고 있습니다. 저희 한라봉은 성목이다 보니까 그늘이 생겨서 잡초가 많이 자라지는 않습니다. 통로 쪽만 예초기로 작업합니다. 그늘이 생기는 아랫부분의 한라봉들에 빛을 공급하기 위해 은박 반사 망을 사용하여 보완하고 있습니다.
깍지벌레 먹는 무당벌레인데요. 가온으로 재배하던 조생 감귤 하우스가 조금 있었는데요. 가온 하우스 하시는 분들이 제주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가온을 하게 되면 하얀색 깍지벌레가 유난히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을 인수하기 전에 농사하시던 분은 관행 재배로 하시던 분이었어요. 농약을 사용했던 밭이라 1년 정도 쉬었다가 인증 신청해서 했는데 한 2년 정도는 무리 없이 농사가 제법 됐어요. 아마 땅에 농약 기운이 조금 남아있나 봐요. 병충해도 많이 안 생기고요.
주변에서 친환경 농업 하시는 선배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내년부터 조심해야 한다고요. 정말 3년 차에 난리가 났어요. 감귤나무 전체에 깍지벌레로 허옇게 뒤덮일 정도로요. 이파리는 다 떨어지고 귤은 다 상처가 나고, 귤이 크면서 다 떨어져 버리더라고요. 2년을 그렇게 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가온 안 하고 일반 하우스 비가림으로 재배를 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이때 처음으로 천적(무당벌레)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일반 농업(관행) 했던 분들이 친환경 넘어오면 너무 마음을 졸여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약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무당벌레가 죽게 되는데 천적이 죽으니 오히려 충 피해가 더 생기게 됩니다. 저희가 천적으로 사용하는 무당벌레 한 마리에 5백 원씩 하는데 1-2천 마리 풀어놓습니다. 동면하는 것들은 5% 미만이고 대부분 날아가 버리거나 먹이가 없으면 죽기 때문에 해마다 사서 풀어놓습니다. 그래도 농약값보다 적게 듭니다. 노린제 방제하려고 친환경 약재 사서 뿌려봤는데 한번 방제하는데 60만 원 넘게 들더라고요.
한라봉은 깍지벌레류가 제일 많이 생깁니다. 깍지벌레만 수십 종인데 가장 골치 썩는 게 이세리아 깍지벌레. 번식하면 진 같은 게 떨어져서 과피가 끈적끈적 꺼멓게 됩니다. 흡즙을 해서 가지에 붙어있으면 말려 죽이기도 하죠. 전정을 할 때는 잎이 없어서 쉽게 보이니까 손으로 잡던지 가지를 잘라 버리든지 해서 잡고, 조금 커가기 시작하면 한 두 마리 남은 게 크면서 알을 까요. 그때는 물로 쏘면서 제거합니다. 그래도 또 남아있는 게 있어요. 그게 계속 또 알을 카서 성충이 되고 반복하죠. 지금도 밭에 가보면 조금 퍼져있습니다. 천적은 여기서 자생을 합니다. 어느 정도만 유지되면 그 상태로 가더라고요. 아예 없앤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다음 가온하우스에 많이 있는 애가루 깍지벌레가 있는데 초기에만 잡아버리면 많이 없거든요. 그 외에는 특별하게 신경 쓰는 것은 순 날 때 진딧물이나 이런 거 빼고는 없어요. 그전에 약으로만 방제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천적 이용하고 난 다음에는 숨어있는데 까지 찾아서 먹어버리니까 그게 더 좋더라고요. 가온하우스 약 안 하고 천적으로만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어요. 그렇게 키우는 게 귤이 더 깨끗하고 더 깔끔하기도 한 것 같아요. 방제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친환경 학교 급식의 사명
현재 (사)제주 친환경 연합 생산자회 시설감귤 품목회의 회원입니다. 친환경 급식으로 납품한 지 4-5년 정도 되는데 초창기에 협회 만들면서 급식 농가 모집을 했었는데 2 농가만 가입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울 급식이 없었고 제주도내 급식만 했었는데 나가는 물량을 보니 저 혼자만 해도 될 만큼 적은 물량이었습니다. 가입하려고 했던 농민들도 이 물량 가지고 어떻게 납품을 하냐 해서 손사래 치고 가버렸죠.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루트 한 군데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와 지금 협회 회장직 맡고 계신 김효준 농민 둘이서만 가입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2년 동안 납품한 게 2톤이 채 안돼요. 다음 해에 생 XX 영농조합법인 쪽에서 서울 입찰이 되어 그때부터 물량이 많이 늘었죠. 그때부터 회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급식은 납품할 수 있는 크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15번부터 9번 사이즈까지만 급식으로 나갑니다. 300g 이상 되는 것들은 급식에서 잘 받지를 않습니다. 1인당 배정되는 무게 때문이기도 하고 크기가 크면 학생들이 먹기가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원 농가들은 대부분 급식에서 선호하는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서 적과를 조절해서 과수를 좀 많이 달아놓는 편입니다. 사실 이렇게 키우는 것이 생산자 입장에서는 조금 손해이기도 합니다. 크게 키워야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것이 곧 소득으로 연결이 되는 것인데 말이죠. 그래도 학교급식은 농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 먹을 친환경 한라봉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과 책임감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이어가는 친환경 농업
저희 한라봉 밭은 가온은 하지 않고 비가림으로만 키우고 있습니다. 한라봉 같은 경우는 밭 전체가 해걸이 하는 건 아니고 조금씩 생산량이 줄어드는 해가 있긴 합니다. 저는 굉장히 작은 유목일 때 현재 밭을 인수했는데 한라봉은 접목 부위를 너무 깊게 심으면 성목 부분에서 뿌리가 나와버립니다.
밑에 거는 탱자나무 위에는 한라봉인데 위에 뿌리가 나오면 사이즈도 작고 착과량도 적어서 뿌리를 잘라냈습니다. 자근을 잘라놔서 올해는 열매가 안 달린 나무들도 있습니다. 전정할 때 잘라놓으면 천천히 회복이 됩니다. 그래서 올해는 수확량이 조금 적은 해입니다. 통상 6톤에서 7톤 정도 수확하는 밭인데 올해는 5톤 정도 보고 있습니다.
저희 밭 규모 정도면 일반 농법(관행)으로 키우는 농가 같으면 보통 10톤 이상 수확을 합니다. 저희는 친환경이다 보니 많이 수확해야 한 해에 6톤~7톤 정도가 최대더라고요. 어머니랑 둘이서만 일을 하는데 전정도 10일 넘게 하다 보니 순 나오는 간격도 달라지더라고요. 원래는 한꺼번에 하는 게 맞는데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도 너무 비싸다 보니 욕심 안 부리고 천천히 하고 수확량은 이 정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욕심부리지 않으니 친환경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농의 농사법
저희 밭은 지금은 끈을 안 매달고 있는데요. 솔직히 저희가 귀찮아서 안 매단 겁니다. 예전에 멨었는데 저랑 어머니랑 둘이 작업하니까 끈 묶는 데에만 한 달 넘게 걸리더라고요. 그것도 끈을 묶어줘야 하는 시기가 한여름 제일 더울 때이고 땡볕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초창기에 3년 정도는 끈 메다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사람 할 짓이 못되더라고요. 사람을 써서 해야 하는데 요즘은 사람 구하기도 너무 힘들고 해서 지금은 그냥 키우고 있습니다.
끈을 묶지 않으면 열매가 열리면서 가지가 처질 수밖에 없는데요. 가지가 꺾이거나 끊어져서 생기는 로스 비용 계산해봐도 오히려 인건비보다 적을 것 같더라고요. 안 묶으면 심하게 꺾어지고 처지고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끈을 안 달면 수확하기도 편합니다. 줄을 일일이 다 끊어야 되는데 줄 값에 인건비까지 또 발생을 하죠.
그래서 밭을 보면 통로 쪽으로 가지들이 좀 처져 있는데요. 돌아다니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앞에서부터 따면서 들어가면 괜찮습니다. 전정도 거기에 맞게 합니다. 나무도 크게 키우지 않는 이유가 높이 키우게 되면 리프트 따고 따야 되는데 어머니랑 저랑 둘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나무를 높이 키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서서 딸 수 있는 키높이로만 키우고 있습니다.
제주는 지역마다 토양이 다릅니다. 이곳 표선은 땅이 화산토인데 애월 쪽은 황토색 비슷한 흙이에요. 흙에 따라서 물 빠짐도 다르죠. 화산토가 물 빠짐은 좋은데 영양분도 잘 빠지는 단점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표선은 비가 좀 많은 편이긴 합니다. 표선에서 대각선으로 반대편 쪽이 강수량이 적습니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곳은 애월읍 쪽이 좋은 것 같아요. 낙천리나 고산리 쪽이 강수량이 적거든요. 여기는 감귤도 타이백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비가 많기 때문에 물 빠짐에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합니다.
수확시기를 지키려고 합니다
한라봉의 수확 시기는 3월 초, 2월 말이었는데 해마다 점차 수확 시기가 빨라집니다. 조금 더 빨리 수확해서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가격을 받겠다는 욕심과 설 대목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한라봉은 금방 딴 거보다는 수확해서 저장해놓은 것이 더 맛있습니다. 저희도 원래는 한라봉은 3월 초에 땄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당겨져서 요즘은 2월 중순 즈음에 수확을 합니다. 물론 수확해서 바로 학교 급식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고 저장해놓고 어느 정도 산이 빠질 때를 기다리죠.
산이 조금 빨리 빠지는 밭이 300평 정도 있어서 그건 조금 일찍 수확을 해서 학교급식으로 전량 납품을 합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초가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당산도 체크를 해보니 굉장히 많이 빨라졌더라고요. 당도 13 브릭스에 산이 1.3 정도 나왔을 때 수확을 했습니다. 미생물을 투입하면 산이 조금 더 빨리 빠지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한라봉은 당도계로 재는 것보다 맛이 더 좋은 게 특징입니다. 택배로 출고하는 것은 보통 산도 1.2 미만일 때 출고를 합니다. 1.3 정도일 때 수확해서 저장하면 산이 금방 잘 빠지는 편입니다. 산이 빠지면서 당으로 가기 때문에 한라봉은 수확 후 저장을 하면서 훨씬 맛이 더 좋아집니다. 품질관리는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저희가 먹어서 신맛이 강하다고 판단하면 출고를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친환경 한라봉의 시작
원래 제주시에서 살면서 아버님 감귤 농사 돕다가 10년 전 즈음에 이곳 표선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제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무농약으로 농사짓고 있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무농약 안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간에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힘들더라고요. 병해충이 수백 가지가 넘는데 농약을 쓰지 못하니까요. 그거 다 막으려고 하다 보니까 이거 막으면 저게 들어오고, 제초제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여름에는 풀 베어내기도 바쁘고 중간에 몇 번을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제주도 분들은 무농약이라고 하면 다 싫어하세요. 잡초도 너무 많고요. 10년 전만 해도 시판되는 친환경 약재 종류 자체가 많이 없었거든요. 예전에 친환경 농업 하셨던 분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게 농사 지으셨겠더라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 먼저 친환경 농사 지으시는 지인분께서 1년만 해보라고 해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조금 도와주시기는 한데 저 혼자 밭을 관리하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 밭 면적이 3천6백 평이고 시설 하우스 2,000평, 노지 1,600평입니다. 키우는 과일은 한라봉과 9월 전후로 수확하는 일반 가온 조생 감귤과 12월에 수확하는 노지 감귤 3종류이고 모두 무농약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천적으로 키우는 무농약 한라봉
무농약 인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료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일반 농법(관행) 하시는 곳들은 소 거름도 많이 뿌리는데 소 거름 뿌리면 크는 속도 자체가 눈에 보이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친환경 농가에서 소 거름을 쓰려면 무항생제로 키운 축사에 가서 가져와야 되는데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친환경 인증받은 퇴비와 미생물로만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 힘든 점이 많습니다. 친환경 농업은 사용할 수 있는 약재들이 너무 제한적이다 보니까요.
천적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편입니다. 저희는 다른 친환경 농가보다도 방제하는 횟수가 굉장히 적습니다. (물론 친환경 약재로요.) 일 년에 5-6번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방제보다는 천적을 이용해서 병해충을 잡고 있습니다. 농사 초기부터 수입해서 쓰고 있는 무당벌레가 있어요.
일단 하우스에 천적을 집어넣으면 방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방제를 하면 무당벌레가 죽기 때문이죠. 저희는 한번 무당벌레 투입하면 그냥 놔둡니다. 진딧물 같은 건 어떻게 잡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신데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야죠. 나머지 벌레들은 손으로 잡던지 합니다.
저희 밭은 친환경 밭 중에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크로바 종류 녹비 식물 이용해서 다른 잡초 못나게 하는 방법으로 제초하고 있습니다. 저희 한라봉은 성목이다 보니까 그늘이 생겨서 잡초가 많이 자라지는 않습니다. 통로 쪽만 예초기로 작업합니다. 그늘이 생기는 아랫부분의 한라봉들에 빛을 공급하기 위해 은박 반사 망을 사용하여 보완하고 있습니다.
깍지벌레 먹는 무당벌레인데요. 가온으로 재배하던 조생 감귤 하우스가 조금 있었는데요. 가온 하우스 하시는 분들이 제주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가온을 하게 되면 하얀색 깍지벌레가 유난히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을 인수하기 전에 농사하시던 분은 관행 재배로 하시던 분이었어요. 농약을 사용했던 밭이라 1년 정도 쉬었다가 인증 신청해서 했는데 한 2년 정도는 무리 없이 농사가 제법 됐어요. 아마 땅에 농약 기운이 조금 남아있나 봐요. 병충해도 많이 안 생기고요.
주변에서 친환경 농업 하시는 선배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내년부터 조심해야 한다고요. 정말 3년 차에 난리가 났어요. 감귤나무 전체에 깍지벌레로 허옇게 뒤덮일 정도로요. 이파리는 다 떨어지고 귤은 다 상처가 나고, 귤이 크면서 다 떨어져 버리더라고요. 2년을 그렇게 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가온 안 하고 일반 하우스 비가림으로 재배를 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이때 처음으로 천적(무당벌레)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일반 농업(관행) 했던 분들이 친환경 넘어오면 너무 마음을 졸여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약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무당벌레가 죽게 되는데 천적이 죽으니 오히려 충 피해가 더 생기게 됩니다. 저희가 천적으로 사용하는 무당벌레 한 마리에 5백 원씩 하는데 1-2천 마리 풀어놓습니다. 동면하는 것들은 5% 미만이고 대부분 날아가 버리거나 먹이가 없으면 죽기 때문에 해마다 사서 풀어놓습니다. 그래도 농약값보다 적게 듭니다. 노린제 방제하려고 친환경 약재 사서 뿌려봤는데 한번 방제하는데 60만 원 넘게 들더라고요.
한라봉은 깍지벌레류가 제일 많이 생깁니다. 깍지벌레만 수십 종인데 가장 골치 썩는 게 이세리아 깍지벌레. 번식하면 진 같은 게 떨어져서 과피가 끈적끈적 꺼멓게 됩니다. 흡즙을 해서 가지에 붙어있으면 말려 죽이기도 하죠. 전정을 할 때는 잎이 없어서 쉽게 보이니까 손으로 잡던지 가지를 잘라 버리든지 해서 잡고, 조금 커가기 시작하면 한 두 마리 남은 게 크면서 알을 까요. 그때는 물로 쏘면서 제거합니다. 그래도 또 남아있는 게 있어요. 그게 계속 또 알을 카서 성충이 되고 반복하죠. 지금도 밭에 가보면 조금 퍼져있습니다. 천적은 여기서 자생을 합니다. 어느 정도만 유지되면 그 상태로 가더라고요. 아예 없앤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다음 가온하우스에 많이 있는 애가루 깍지벌레가 있는데 초기에만 잡아버리면 많이 없거든요. 그 외에는 특별하게 신경 쓰는 것은 순 날 때 진딧물이나 이런 거 빼고는 없어요. 그전에 약으로만 방제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천적 이용하고 난 다음에는 숨어있는데 까지 찾아서 먹어버리니까 그게 더 좋더라고요. 가온하우스 약 안 하고 천적으로만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어요. 그렇게 키우는 게 귤이 더 깨끗하고 더 깔끔하기도 한 것 같아요. 방제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현재 (사)제주 친환경 연합 생산자회 시설감귤 품목회의 회원입니다. 친환경 급식으로 납품한 지 4-5년 정도 되는데 초창기에 협회 만들면서 급식 농가 모집을 했었는데 2 농가만 가입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울 급식이 없었고 제주도내 급식만 했었는데 나가는 물량을 보니 저 혼자만 해도 될 만큼 적은 물량이었습니다. 가입하려고 했던 농민들도 이 물량 가지고 어떻게 납품을 하냐 해서 손사래 치고 가버렸죠.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루트 한 군데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와 지금 협회 회장직 맡고 계신 김효준 농민 둘이서만 가입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2년 동안 납품한 게 2톤이 채 안돼요. 다음 해에 생 XX 영농조합법인 쪽에서 서울 입찰이 되어 그때부터 물량이 많이 늘었죠. 그때부터 회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급식은 납품할 수 있는 크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15번부터 9번 사이즈까지만 급식으로 나갑니다. 300g 이상 되는 것들은 급식에서 잘 받지를 않습니다. 1인당 배정되는 무게 때문이기도 하고 크기가 크면 학생들이 먹기가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원 농가들은 대부분 급식에서 선호하는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서 적과를 조절해서 과수를 좀 많이 달아놓는 편입니다. 사실 이렇게 키우는 것이 생산자 입장에서는 조금 손해이기도 합니다. 크게 키워야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것이 곧 소득으로 연결이 되는 것인데 말이죠. 그래도 학교급식은 농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 먹을 친환경 한라봉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과 책임감도 있습니다.
저희 한라봉 밭은 가온은 하지 않고 비가림으로만 키우고 있습니다. 한라봉 같은 경우는 밭 전체가 해걸이 하는 건 아니고 조금씩 생산량이 줄어드는 해가 있긴 합니다. 저는 굉장히 작은 유목일 때 현재 밭을 인수했는데 한라봉은 접목 부위를 너무 깊게 심으면 성목 부분에서 뿌리가 나와버립니다.
밑에 거는 탱자나무 위에는 한라봉인데 위에 뿌리가 나오면 사이즈도 작고 착과량도 적어서 뿌리를 잘라냈습니다. 자근을 잘라놔서 올해는 열매가 안 달린 나무들도 있습니다. 전정할 때 잘라놓으면 천천히 회복이 됩니다. 그래서 올해는 수확량이 조금 적은 해입니다. 통상 6톤에서 7톤 정도 수확하는 밭인데 올해는 5톤 정도 보고 있습니다.
저희 밭 규모 정도면 일반 농법(관행)으로 키우는 농가 같으면 보통 10톤 이상 수확을 합니다. 저희는 친환경이다 보니 많이 수확해야 한 해에 6톤~7톤 정도가 최대더라고요. 어머니랑 둘이서만 일을 하는데 전정도 10일 넘게 하다 보니 순 나오는 간격도 달라지더라고요. 원래는 한꺼번에 하는 게 맞는데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도 너무 비싸다 보니 욕심 안 부리고 천천히 하고 수확량은 이 정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욕심부리지 않으니 친환경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밭은 지금은 끈을 안 매달고 있는데요. 솔직히 저희가 귀찮아서 안 매단 겁니다. 예전에 멨었는데 저랑 어머니랑 둘이 작업하니까 끈 묶는 데에만 한 달 넘게 걸리더라고요. 그것도 끈을 묶어줘야 하는 시기가 한여름 제일 더울 때이고 땡볕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초창기에 3년 정도는 끈 메다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사람 할 짓이 못되더라고요. 사람을 써서 해야 하는데 요즘은 사람 구하기도 너무 힘들고 해서 지금은 그냥 키우고 있습니다.
끈을 묶지 않으면 열매가 열리면서 가지가 처질 수밖에 없는데요. 가지가 꺾이거나 끊어져서 생기는 로스 비용 계산해봐도 오히려 인건비보다 적을 것 같더라고요. 안 묶으면 심하게 꺾어지고 처지고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끈을 안 달면 수확하기도 편합니다. 줄을 일일이 다 끊어야 되는데 줄 값에 인건비까지 또 발생을 하죠.
그래서 밭을 보면 통로 쪽으로 가지들이 좀 처져 있는데요. 돌아다니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앞에서부터 따면서 들어가면 괜찮습니다. 전정도 거기에 맞게 합니다. 나무도 크게 키우지 않는 이유가 높이 키우게 되면 리프트 따고 따야 되는데 어머니랑 저랑 둘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나무를 높이 키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서서 딸 수 있는 키높이로만 키우고 있습니다.
제주는 지역마다 토양이 다릅니다. 이곳 표선은 땅이 화산토인데 애월 쪽은 황토색 비슷한 흙이에요. 흙에 따라서 물 빠짐도 다르죠. 화산토가 물 빠짐은 좋은데 영양분도 잘 빠지는 단점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표선은 비가 좀 많은 편이긴 합니다. 표선에서 대각선으로 반대편 쪽이 강수량이 적습니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곳은 애월읍 쪽이 좋은 것 같아요. 낙천리나 고산리 쪽이 강수량이 적거든요. 여기는 감귤도 타이백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비가 많기 때문에 물 빠짐에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합니다.
수확시기를 지키려고 합니다
한라봉의 수확 시기는 3월 초, 2월 말이었는데 해마다 점차 수확 시기가 빨라집니다. 조금 더 빨리 수확해서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가격을 받겠다는 욕심과 설 대목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한라봉은 금방 딴 거보다는 수확해서 저장해놓은 것이 더 맛있습니다. 저희도 원래는 한라봉은 3월 초에 땄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당겨져서 요즘은 2월 중순 즈음에 수확을 합니다. 물론 수확해서 바로 학교 급식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고 저장해놓고 어느 정도 산이 빠질 때를 기다리죠.
산이 조금 빨리 빠지는 밭이 300평 정도 있어서 그건 조금 일찍 수확을 해서 학교급식으로 전량 납품을 합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초가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당산도 체크를 해보니 굉장히 많이 빨라졌더라고요. 당도 13 브릭스에 산이 1.3 정도 나왔을 때 수확을 했습니다. 미생물을 투입하면 산이 조금 더 빨리 빠지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한라봉은 당도계로 재는 것보다 맛이 더 좋은 게 특징입니다. 택배로 출고하는 것은 보통 산도 1.2 미만일 때 출고를 합니다. 1.3 정도일 때 수확해서 저장하면 산이 금방 잘 빠지는 편입니다. 산이 빠지면서 당으로 가기 때문에 한라봉은 수확 후 저장을 하면서 훨씬 맛이 더 좋아집니다. 품질관리는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저희가 먹어서 신맛이 강하다고 판단하면 출고를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